'그것은 잔디깎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때 바카라산업 뒷걸음질

판도 바꾼 ‘의약분업’, 업계 가슴 ‘쿵’ 내려앉은 일괄 약가 인하 코로나19 + 제네릭 정책 개편 파급력도 한 해 만에 회복했다

2024-04-02이우진 기자

빨간불 들어온 전통 바카라회사 지속 경영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로평가받는 의약분업은 물론 여러건강보험 약가 정책이 포함된 근래25년, 바카라회사 실적 추이를 <끝까지 히트가 살펴보았다.

① 상장 바카라회사 62곳 25년치 실적 뜯어보니
② 시련은 있어도 고비마다 치고 올라온 바카라업계

[끝까지HIT 9호]지난 25년간 국내 바카라업계의 덩치가 10배 가까이 부풀어 오르는 가운데 고비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들쭉날쭉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괄 약가 인하'와 '코로나19'는 국내 바카라사의 살림을 한 때 어렵게 만든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혔다.

첫 번째 순간

의약분업은 업계에 어떤 영향 줬나

먼저 눈여겨 볼 대목은 2000년 8월 시행된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 이원화를 기본 틀로 시행한 의약분업이 산업계에 어떻게 작용했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해 매출 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장에 이르렀다. 1998년 기준 공시가 남아있는 35개사 매출은 2조337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000년 54개사 매출은 3조4698억원이었다. 크게 성장하지 않은 것이다. 1년 내내 의약분업이 시작됐던 2021년 역시 54개사 기준 매출 총액이 3조9502억원으로 오른 정도였다. 총 매출을 평균으로 보면 지난 1998년 국내 바카라사 한 곳당 매출은 약 687억원이었는데 2000년에는 642억원으로 감소했고 2001년이 되면 731억원으로 의약분업 전 상황으로 개선된 셈이다.

업계의 매출 증가는 단순히 약 자체를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2002년 보건복지포럼에서 발표된 한국보건산업연구원의 '의약분업 성과평가와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성장의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의약분업 초기시점에서 건강보험 심사청구자료를 이용해 의원 외래의 처방 양상을 분석해 보니 미미하지만 의약품 처방 감소의 효과가 있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내용에는 상승의 이유가 될 만한 내용도 담겨 있다.

실제 2000년 의약분업 전 국내에서 처방되던 고가약(보험상한가가 가장 높은 제품)과 저가약(그 외 제품)의 금액 구성비를 보면 분업 전 급성기관지염 치료제에서는 고가약의 비중이 성인에서 24대 67(해당 사항 없음 제외), 소아에서 22 대 68 비중으로 나타났지만 분업 후에는 28 대 60, 소아에서는 29 대 57의 비중으로 집계됐다. 고가약이 성인에서 4.5%p, 소아에서 7.2%p 높아진 반면 저가약은 각각 6.7%p와 11.7%p나 감소한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고가의 약 혹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높았던 오리지널 의약품의 사용이 더욱 높아졌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는 급성기관지염뿐만이 아니라 상기도감염, 급성비인두염 등 이른바 ‘감기’ 증상을 시작으로 고혈압, 위염 및 십이지장염 등 의료기관 다빈도 질환에서 모두 동일한 유형으로 등장한다. 즉 국내 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의 의약품 혹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의 성장세가 커지면서 매출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전체 총매출의 1998~2001년 연평균 증가율은 14.0%를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회사가 19개 증가하면서 전체 조사 대상이 올라간 여파도 있다. 각 업체 중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았던 곳은 진양바카라으로 4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동바카라이 15.2%, 한국유나이티드바카라이 14.7%, 팜젠사이언스(옛 우리들바카라)이 14.2% 등이었다. 이외 유유바카라, 환인바카라, 일성신약이 연평균 성장률 13%대, GC녹십자(옛 녹십자), 신일바카라이 12%대를, 고려바카라, 한미약품, 제일약품, JW생명과학이 11%대, 한독과 삼일바카라, 보령(옛 보령바카라)이 10% 이상 연평균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들 바카라사 사이에는 공통점이 감지된다. 상대적으로 일반의약품 대신 처방의약품을 택한 회사라는 점이다. 진해거담제 '소부날'로 유명했던 진양바카라을 비롯해 일동바카라, 한국유나이티드바카라, 팜젠사이언스 등은 일반의약품이 거의 없거나 전문의약품 분야를 강화했다. 연평균 성장률 상위권에 들어간 회사들 중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관측된다.

다만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은 다소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었다. 1998년 34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2124억원이었고 의약분업 시행 후 1년이 지난 2001년에는 54개사의 총 영업이익이 5507억원으로 1997년 54개사 대비 오히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 표기 회사가 19개나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감소 폭은 더욱 크게 비춰진다.

단순 산술로만 보면 1998년 한 바카라사가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6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2001년에는 54개사 평균이 5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락 추이는 2002년 56억원까지 이어졌다가 2003년에서야 55개사 평균 61억원으로 반등한다. 앞서 나온 매출의 상황을 대입해 보면 고가 의약품을 사용하지만 전체적인 양은 일부 감소했다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영업이익을 회사별로 보면 앞선 매출의 추이에서 언급됐던 전문약 분야 강화가 실제 회사의 경영에도 도움이 됐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영업이익 증가가 가장 눈에 띈 곳은 진양바카라으로 4년간 연평균 36.0%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일동바카라이 34.8%, 대원바카라이 23.7%, 일성신약이 22.8% 등으로 크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들의 경우 실제 전문의약품에 좀 더 힘을 실은 회사들이기도 하다.

이후 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느 정도 등락을 반복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괄 약가 인하 전 2002년과 2006년 시행된 정부의 약가 관련 제도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02년 약가재평가 제도 도입 당시 전체 조사 대상 57개사 매출액은 4조2257억원 수준이었지만 다음 해인 2003년에는 4조615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해 총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준으로 5653억원에서 2003년 5528억원으로 300억원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2006년 정부가 추진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서 특허 만료 신약의 가격 조정과 제네릭 약가 인하 폭 확대, 선별등재 체계 및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사업 등의 추진 후에도 동일한 경향으로 나타난다. 2006년 업계 총 매출은 6조479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상당 늘어났다. 그런데 2007년에는 7조1795억원으로 첫 7조원대를 넘겼다. 같은 기간 총 영업이익 역시 7802억원에서 8526억원으로 증가했다.

제네릭 등 다양한 제품 확보와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시작된 의약품 외 판매 상품 증가 등을 감안한다 해도 성장은 꾸준했던 셈이다.

두 번째 순간

일괄 약가 인하에 업계 실적도 '쿵'

이후 업계의 상승 흐름을 크게 흔든 것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였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밝힌 '약가제도 개편 및 바카라산업 선진화 방안'의 내용은 특허 만료 전 약가의 상한 가격을 2012년부터 53.55%로 일괄 인하하는 한편, 제네릭 등재시의 오리지널 약가 인하 등이 담겨 있다.

그 영향은 업계 전체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 그 전 리베이트 적발 품목의 보험약가 인하 등을 담은 리베이트 약가 연동제가 국지적 영향이 있었다면, 이때는 국내 바카라사의 품목이 사실상 거의 다 해당되면서 산업계 내부는 '멘붕(멘탈붕괴)'상황이 펼쳐졌다.

그 여파는 2012년의 업계 총매출에서 바로 볼 수 있다. 2011년 당시 조사 대상 59개사 총 매출은 사상 첫 10조원을 넘어선 10조1374억원 수준에서 2012년 이보다 조금 오른 10조3513억원으로 올라서는 듯했다가 2013년 10조615억원으로 밀렸다. 2011년에서 2012년 첫해만큼은 2.1% 늘어났지만, 2013년 여파가 직격으로 닥치며 직전 연도 상승률보다도 큰 2.8%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근 10년간 매출에서는 떨어지지 않았던 성장을 감안할 때 3000억원이나 증발한 것이다. 약가가 낮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영업이익 면에서 타격감은 더 컸다. 2011년 업계 전체 총영업이익은 8979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인 2012년에는7045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사라졌다. 바카라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10%라고 보는 이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출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치의 3배 수준에 다다랐다고 추정할 수 있다.

회사별로 봤을 때 가장 손해를 본 곳은 명문바카라으로 무려 20.6%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으며, 현대약품 등도 1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손실 폭이 더 컸다. 전년 대비 100%p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한 즉 영업손실로 전환한 곳만 국바카라품, 명문바카라, 삼일바카라, CMG바카라 등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덩치가 큰 업체들은 상황을 상대적으로 무탈하게 털어낸 반면, 중견급 혹은 중소급 업체엔고통이 컸다. 가령 매출액의 경우 2012년 당시 5% 이상 감소한 회사는 JW중외바카라, 명문바카라, 경남바카라, 고려바카라, 대웅바카라, 동구바이오바카라, 명문바카라, 삼일바카라, 삼진바카라, 신풍바카라, 한국유나이티드바카라, 이연바카라, 조아바카라, 하나바카라, 한국유니온바카라, 한독, 현대약품 등 17개사였다. 이들 중 2022년 기준 대웅바카라, JW중외바카라, 한독 등 기존 강자들은 차치하더라도 하나바카라, 한국유나이티드바카라, 동구바이오바카라, 삼일바카라, 삼진바카라 등은 어느 정도 국내 바카라사 중에서도 상위권을 향해 나아가는 반면 신풍바카라, 명문바카라 등 일부 회사는 성장에서 밀렸다.

실제 매출 규모를 끌어올린 회사들 중에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하나바카라이나 동구바이오바카라 그리고 개량신약이라는 콘셉트로 독자 이미지를 구축한 한국유나이티드바카라이 2012년 약가 인하라는 '화마'를 피해간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는 절대적인 매출 규모에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일괄 약가 인하제도는 이런 차원에서 국내 바카라사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2012년과 더불어 바카라업계가 지켜봐야 할 순간은 2016년 실거래가 약가 인하다. 이미 2014년 사용량 약가 연동 확대로 보험등재 의약품이 예상보다 많이 팔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카라사와 협상해 약가를 내리는 '사용량 약가연동제'의 확대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2016년 시장 내 거래 가격에 따라 의약품을 인하하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제는 생각보다 바카라사에 영향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6년 조사 대상 62개사의 총 매출은 13조6630억원으로, 전년인 2015년 13조1951억원과 비교해 보더라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2016년 9685억원으로 전년 1조1698억원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2017년에야 1조1035억원으로 다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안에서 품목 다양화와 의약품 분야 외 사업으로 어느 정도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수치상으로는 한 번 움푹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 셈이다.

세 번째 순간

코로나에 제네릭 개편까지, 정신없는 2020년대

마지막으로 볼 업계의 중요 순간은 2020년부터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코로나19와 2020년 나온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제도 개편이다. 2020년도 벌어진 코로나는 바카라사에게는 의약품의 수요를 크게 늘렸다는 데서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지만 제품 제조를 위한 각종 원료 및 부자재, 운송 및 부대비용 등의 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부터 시작된 수 개 성분 의약품의 불순물 함유 사태가 나비효과로 작용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제도 개편은 제네릭을 현금 창출 수단으로 삼던 많은 국내 바카라사들에는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국내 바카라사 62곳을 기준으로 보면 '좋은 소식'은 매출은 끊임없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업계 전체의 총 매출은 2022년 기준 20조3097억원으로 우리 바카라업계 역사상 최대 매출 기록에 성공했다. 2020년 17조1775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은 이듬해인 2021년 18조3477억원으로 1조원 이상 뛰어오른 이후 또 1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평균 성장률도 5.7%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의약품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 자연스레 바카라사가 영위하는 관련 부사업 등 역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안 좋은 소식’은 영업이익만큼은 매출보다 한 발짝 떨어져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0년 1조1591억원에서2021년 다시 9876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2022년 1조2463억원으로 1조원대를 회복했다. 약가 제도 변경 이후 2017년부터 이어져 오던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이 1년 뿐이기는 했지만 2021년 무너졌던 것이다.

2021년의 경우 영업이익의 큰 감소는 2020년 2가지 기준(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여부, DMF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에 따른 약가 개편이 큰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한 바카라업계 관계자는 <끝까지 HIT 측에 약가 인하 여부에 따라 업계 내 영업이익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19년 이른바 '생동 1+3'규정(동일 제제의 경우 자체 제조 품목 1개, 위탁 품목 3개까지 허용)이 만들어지기 전 컨소시엄 등으로 1개 제조소당 많게는 수십여 개까지 허여해 제품을 만들던 상황에서 자체 생산을 하기에는 품목 수가 너무 많고 2020년 원료를 점차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DMF 등록을 마치고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그 일정을 맞추지 못할 확률이 높아 자연스레 약가 인하의 영향권 안에 든 회사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2022년까지 생산량과 출하량 자체가 높았다는 점, 국내 바카라사가 기존 위탁했던 품목을 하나씩 자체 생산으로 돌리면서 수익구조가 조금은 나아졌다는 점, 2020년 이후 업계의 긴축재정이 어느 정도 효용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2022년에는 직전 연도보다는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졌을 가능성을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이 중에서도 다른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그리고 한 발 뒤로 물러선 회사도 있다. 먼저 3년간 매출로 가장 큰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한 곳은 HLB바카라과 위더스바카라으로 각각 38.4%와 35.1% 매출이 증가했다. 이어 10% 이상 늘어난 곳까지 합치면 파마리서치 18.9%, 셀트리온바카라 18.2%, 진양바카라과 팜젠사이언스 16.0%, 삼아바카라 15.0%, 일성아이에스(옛 일성신약) 14.7%, 대원바카라 13.9%, 삼일바카라 13.5%, 동구바이오바카라 11.8%, 신신바카라 11.1%, 보령 10.1% 등이었다.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은곳이 있음을 감안하면 진해거담제 등을 비롯해 수혜 품목이 많았던 대원바카라과 보령 등이 '코로나 시대의 신데렐라'가 된 셈이다. 더욱이 이들의 제품 중에는 오리지널, 자체 개발 등의 비율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약가 인하 및 원료 수급에 따른 부담 등을 피해 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JW신약, 경남바카라, 국바카라품, 서울바카라, 옵투스바카라 등은 2년 전만 못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