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플랫폼 편의만큼 책임이 중요한 이유
'개인의 문제'라고 말하기엔, 이미 칭찬도 비난도 너무 커졌다
자정작용 기대할 수 없다면, 업체 차원의 정화도 필요할 때

인터넷을 접한 경험이 제법 길었던 사람 혹은 30대 이상, 그도 아니면 은행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렸던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아마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름하여'슬롯 사이트'(ActiveX)다.
슬롯 사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간단하게 설명하면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 즉 플러그인이'었'다. 일반 응용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면 그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웹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능을 가진다. 빠르게 발전하지만 표준이 없이 구현된 디자인, 음악, 동영상 재생 등웹기술을 내 컴퓨터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프로그램 하나로 연결해 구현한다는 데 이만한 기술이 어디 있었을까. 당시에는 멋진 기술이었고 실제 국내 웹프로그래머들의 자부심 그리고 동기가 됐다.
이른바 정보통신 강국을 외치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슬롯 사이트는 적용하기가 편리했다. 자연스레 은행을 기반으로 각종 정부기관, 쇼핑몰, 심지어는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 등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까지 하나하나 슬롯 사이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것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정작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은 다양한 운영체계를 지원하지 못했고 웹기술의 표준에도 맞지 않았다. 점차 슬롯 사이트가 컴퓨터의 가용자원을 차지하며 컴퓨터의 속도가느려졌고,신뢰할 수 없는 출처에서까지 슬롯 사이트를 다운받도록 하면서 보안 문제가 대두됐다.

여러 기관들은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이상 슬롯 사이트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에도 이 플러그인을 빼지 않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신뢰할 수 있는 보안용 슬롯 사이트를 설치해 소비자의 안전을 지킨다'고.
하지만 웹 전문가들 이야기는 달랐다.'플러그인을 설치해서 우리는 안전하다고 알리지만 고객 정보보안책임을 결국 고객의 컴퓨터에 전가하는, 즉 기업이 보안책임을 지지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실제 이미 아마존이나 페이팔 등 당시 세계적으로 사용이 활발한 사이트는 슬롯 사이트가 없이도 금융사고를 기업이 책임졌던 것이 그 선례다.

슬롯 사이트 이야기가 매우 길었던 이유는 최근 열린 비대면진료 좌담회의 내용과 그 전례와 겹쳐보이는 하나의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학자의 주장이라지만 비만치료제 등의 사용주의 의약품 문제에서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극렬한 반대를 빼고 생각해보자. 내 아이가 토요일 밤부터 39도까지 열이 올랐지만 정작 동네에 하나뿐인 주말 근무 의원은 수십 명의 사람이 줄을 섰다면 혹은 거동이 불편하신 부모님이 드셔야 하는 약을 깜박하고 조제받지 않았다면 과연 비대면 진료를 마냥 반대할 수 있을까.
일견 플랫폼의 주장을 납득할 수 있다. 실제로 수년간 이 문제에 관심을 둬오면서여러 반대가 이어지면서 플랫폼 업체들은 이들 전문가에 맞춰 한 발씩 물러났던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활성화될 만큼 편의도가 높은 서비스임을 부인하지도 않는다. 글에 담지 못하는 고민들을 직접 관계자들 입에서 들어보기도 했고, 신산업 발전이라는 이들의 캐치프라이즈가 녹록치 않음도 어렴풋이 짐작한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 이후 이어진 의료대란에서도 이어지는 문제를, 과연 기업은 의료이용자 혹은 의약전문가의 탓으로만 놔둘 수 있을까. 그도 아니라면 정부가 무엇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2020년 이후 유튜브는 동영상 재생시 방송이나 코로나19 등 민감한 사안에는 동영상 밑에 설명을 달아 시청자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사안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글이 생긴 배경에는 그동안 유튜브의 자정작용이 없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플랫폼이 가지는 책임은 단순한 제조업과는 다름을 뜻하는 것으로도 풀 수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억울함을 표출하고자 한다면,긍정적인 역할을 알리고 비난을 없애려면기업의 활성화와 함께 그 책임 역시 다하는 것이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슬롯 사이트를 없앤, '천송이 코트를 사지 못한다'는중국 요우커와 같은 사례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국회를 빌어 연 자리에서 플랫폼 스스로의 책임 문제를 자문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