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볼트들이 '단지' 개념의 하드웨어 구축으로만 가서는 안돼
커버스토리대한민국 원(ONE) 바이오 슬롯사이트 볼트로 가자
국내 지자체가 제약바이오 관련 슬롯사이트 볼트 설립 계획을 밝힐 때 보도자료 안에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 곳이 있다. 미국 보스턴과 일본 고베다.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했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 등이 위치하면서 업계 밖까지 알게 된 ‘혁신의 1스퀘어마일'을 가진 보스턴과 동양권 내에서 가장 밀집도 높은 개발 단지로 꼽히는 고베는 지자체와 정부의 마음을 잡기에 솔깃하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환경과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① 지자체마다 바이오 슬롯사이트 볼트, 이젠 한몸처럼
② 보스턴과 고베 슬롯사이트 볼트를 통해 얻는 교훈
[끝까지HIT 10호]슬롯사이트 볼트에서 '혁신의 도시', '가장 혁신적인 1스퀘어마일', '산학연정의 산실', '코로나19로 가장 주목받은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의 탄생에는 미국 내 과학 도시라는 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도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는 교육이 발달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 과정에서 과학 기술의 발달이 급격하게 일어난 곳인데 1636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대학이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세계 첫 컴퓨터를 발명하기도 했다. 과학의 발달은 의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피임약의 개발과 첫 마취 치료 역시 이 지역에서 이뤄졌다.
최초 수식어가 어울리는 도시, 슬롯사이트 볼트의 대표가 되다
1스퀘어마일의 다른 이름은 '혁신'
슬롯사이트 볼트가 꽃 핀 계기는 1977년 케임브리지 시의회에서 재조합 DNA 실험을 합법화하면서부터다. DNA의 개념이 발견된 이후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생태계 교란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실험 합법화 조례가 통과된 이후 1978년 필립 샤프 MIT 교수 등이 MIT 옆 공터에 바이오젠을 세웠고 그에 영향을 받은 바이오텍 기업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슬롯사이트 볼트가 형성했다. 세계에서 제일 혁신적인 1스퀘어마일이라 불리는 '켄달 스퀘어'의 시작이었다.
이후 1980년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도 연구자가 특허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베이-돌'법안이 통과되면서 연구자들의 창업 붐이 일었다. 특히 2012년 초 보스턴 광역권 내 연구실 가용 지역은 약 1860만스퀘어피트, 4100만스퀘어피트까지 늘어나면서 인근 워터타운을 비롯해 소머빌 등까지 확장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보스턴 슬롯사이트 볼트에 기업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구자 간 네트워킹이 충분히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이 꼽힌다.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대, MIT, 보스턴칼리지, 노스이스턴대, 웬트워스 공대 등을 포함한 화학 및 의약학 인재들이 몰려 있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기술 공유가 이뤄진다. 대학의 기술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로 이어지고 그 기술을 발견해 투자하는 VC와 세계적인 제약사의 자금까지 곁들여진다. 실제 세계 20개의 글로벌 제약사 중 19개가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의약학 교육기관이 많다는 뜻은 자연스럽게 신약개발에 필요한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실제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인근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하버드 메디컬 센터, 브리검여성병원 등 6개 초대형 의료기관이 갖춰져 있다. 임상 과정에 필요한 인적, 물적 인프라의 구축이 용이하기도 하다. 바이오 분야와 관련한 자금 수혈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자리한다.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만 해도 지역 내 제약바이오업체에 들어간 벤처 캐피털의 자금은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이 나서 약 37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신약 개발의 젖줄이 됐다는 점은 미국 내에서 이들의 입지를 보여준다.
보스턴과 케임브릿지, 여기에 매사추세츠주까지 나서서 슬롯사이트 볼트로서 의미를 가져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1970년대 보스턴 및 케임브리지 지역이 과학도시로의 입지를 살리기는 했지만 아직 공업 도시의 입지를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업체계의 전환 과정에서 주와 시는 슬롯사이트 볼트 내 회사를 위한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데발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2008년 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생명과학법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4월 찰리 베이커 당시 주지사가 1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8개 제약사 및 바이오텍에 2000만달러의 세금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2년 뒤 6억 2300만달러의 생명과학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 2016년 매사추세츠 주의 바이오기업 관련 벤처 투자 29억달러 중 자금을 받은 생명공학 기업의 절반 이상은 케임브리지에 있었으며 보스턴 지역을 포함하면 80% 이상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보스턴 내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랩센트럴이 있다. 존재 자체가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의 생태계를 상징할 만큼 랩센트럴은 가교역할을 한다. 매일 열리는 네트워킹 행사와 멘토링, 글로벌 제약사의 컨설팅과 인큐베이팅 과정이 그 안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초기 단계의 신약개발 스타트업만 700여개가 위치해 있으며 바이엘의 '코랩 케임브리지' 등을 비롯해 다국적 제약사가 둥지를 틀고 아이디어를 나눈다.
지진으로 피어난 슬롯사이트 볼트,세금부터 인허가까지
정부의 규제완화에 기업이 넘어왔다
일본 관서 지방의 제일 큰 의료 슬롯사이트 볼트이자 세계적 슬롯사이트 볼트로 자리를 잡은 고베의 경우 정부의 육성이 얼마나 필요한 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슬롯사이트 볼트는 1995년 1월 17일 고베 대지진이라고 부르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고베는 일본 내에서도 철강산업 등 중공업이 도시 경제의 큰 바탕이 된 곳인데, 산업 기반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이는 고베시 뿐만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게도 경제 재건을 과제로 안겼다.
당시 사사야마 유키토 슬롯사이트 볼트시장은 기존 고용 확보는 물론 슬롯사이트 볼트시 내 새로 구축되고 있던 인프라에 주목했다.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을 펴는 의료기기 업체 시스멕스가 그 단서였다. 슬롯사이트 볼트에 본사를 둔 시스멕스와 함께 임상 분야에서 슬롯사이트 볼트시립중앙시민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첨단의료를 구축하기에 충분한 환경이 됐다.
특히 1981년 매립지인 포트아일랜드에 병원을 이전한 이후 첨단 의료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여기에 자국 내 최초의 컨벤션 단지가 구축돼 있어 의료 관련 학회가 다수 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제 발전도 도움이 됐다. 한국과 중국이 철강과 조선업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은 다른 신산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베의 병원을 기점으로 포트 아일랜드에 구축된 슬롯사이트 볼트는 불과 2년 만에 경사를 맞는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의 연구기관으로 시작해 재벌기업으로 불리는 이화학연구소 이른바 리켄의 '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고베 연구소)가 개설된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보유한 기관인 만큼 첨단의료 분야 기업이 다수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 결과 고베연구소 설립 이후 2001년 18개 사에 불과했던 슬롯사이트 볼트 입주사는 2007 년 125개사, 2024년 4월 말 기준으로는 364개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단지로 자리 잡았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분야 주요 기업 역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오츠카제약, 스미토모파마, 바이엘, 메이지세이카파마 등이 있고 의료기기에는 지멘스헬스케어, 인테그라 등이 연구소 및 생산시설 등을 구축하고 있다. 또 무라타제작소, 히타치주식회사 등의 기기 관련 대기업은 물론 스즈켄 같은 의약품 유통업체 등 업계 내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이 슬롯사이트 볼트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2월에는 국내 기업 중 셀트리온이 고베 내 사무실을 세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더욱이 일본 내 바이오기업 중 재생의료를 비롯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입자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의료기관도 지역에 모두 밀집돼 있다. 인근 의료기관도 △슬롯사이트 볼트대 부속병원 및 암센터 △슬롯사이트 볼트시립 안과병원 △효고현립 어린이병원 △효고현립 입자선 의료센터 △포트아일랜드 재활병원 △슬롯사이트 볼트 저침습 암센터 △안심병원 등 국립대병원과 사립 병원, 비급여 진료 전문 병원에 이르기까 지 다양하다.
일본 슬롯사이트 볼트 내에서는 의료기관 즉 연구자와 기업 간 연구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인데 병상의 수는 각각 다르지만 소아용의약품부터 안과 등 다양한 의료시설의 임상이 가능하고 합성의약품부터 입자 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들에게서 얻는 세수와 고용효과 역시 고베시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2023년 슬롯사이트 볼트 내 고용자 수는 1만 2700여명에 달한다. 슬롯사이트 볼트 내 경제 창출 효과도 2005년 409억엔에서 2020년에는 1562억엔까지 뛰어올랐고 이로 인해 고베시가 추가로 확보한 세수는 2020년 기준 69억엔에 달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고베는 일본의 중심에서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다. 슬롯사이트 볼트를 구축하기에 물리적 거리감이 있다. 고속열차인 신칸센 중에서도 가장 빠른 열차를 타고가도 2시간 반, 일 반 고속열차로 3시간 거리나 떨어져 있다. 그나마 신오사카역에서 고속열차로 15분 도 걸리지 않지만, 혹여 고베 공항에서 내릴 경우 비행기 출발이 불가능한 커퓨 타임(Curfew time)이 길기도 하다.
고베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슬롯사이트 볼트에 전폭적인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세금 및 대출, 건물 취득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슬롯사이트 볼트 입주 기업에게는 5년간 법인세와 고정자산세, 도시계획세를 50% 줄이는 한편 부동산 취득시에도 50%의 취득세를 경감한다.
슬롯사이트 볼트 내 거점지구 진출시에는 사업비의 80%를 100억엔 한도 안에서 지원하고 금리도 0.75% 수준으로 낮춰준다. 슬롯사이트 볼트 부지에 입주하면 최대 5억원의 대출을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건물 취득비의 최대 4%를 지원금으로, 고용 보조 역시 인당 300만엔을 제공한다. 임대료 역시 기업마다 다르지만 자국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한다. 스타트업부터 제조 시설을 구축하려는 회사에 이르기까지 끌리는 조건이다.
금전적 지원 외에 기업의 각 분야(의약 품 개발 및 신약 지원, 의료기기 제품 및 사업화 지원,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화 지원, 스타트업 전용 지원, 재생의료 등 세포제품의 제조 관리)에 맞춰 인재 채용은 물론 렌탈랩, 의료기관과 연계를 전담 코디네이터가 맡도록 했다. 인허가를 위해서는 일본의 식약처에 해당하는 PDMA의 출장 상담, 인허가 심사 사전 상담, PDMA 면담 전 프리IND 미팅 등에 이르기까지 제품만 개발하면 인허가는 물론 지적재 산권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현재 고베 슬롯사이트 볼트 내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만 기업 수의 세 배에 달하는 1000여명 수준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고베시와 의료 슬롯사이트 볼트를 담당하는 고베의료산업추진기구가 진행하는 생명과학 분야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모임인 '간사이 라이프 사이언스 엑셀러레이터 프로 그램'(KLSAP)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 기업을 모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앞서<끝까지HIT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일본 가나가와현의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 가 기업 내 친목을 통해 기술 교류를 유도하듯 주체의 기관이 직접 연구자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슬롯사이트 볼트와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인프라는 하드웨어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앞선 두 슬롯사이트 볼트는 생성 과정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슬롯사이트 볼트 구축 과정에서 '붐'을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단순히 하드웨어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보스턴의 경우 전형적인 자생형 슬롯사이트 볼트에 주와 시 정부가 힘을 실어준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젠 창업이 시초였다지만 이미 기업과 연구자들이 인근에서 깊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투자를 이어온 케이스다. 특히 랩센트럴 등은 단순히 랩센트럴이라는 공간보다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신약개발 네트워킹과 멘토링, 인큐 베이팅, 라이선스 계약 등을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슬롯사이트 볼트의 경우 시 당국과 정부로 시작됐지만 그 과정에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 내 연구진이 기술과 최근 트렌드를 논의하는 장을 만들고 네트워크 를 구축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며 바이오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인맥'의 힘을 만든 셈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도시가 생활 시설 기반이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과 고베는 기본적으로 정주 요건이 구축돼 있는 도시다. 국내 수많은 슬롯사이트 볼트들이 '단지'의 개념을 활용하며 하드웨어 구축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연구자의 생활환경이 구축 되지 않으면 이 역시 결국 하드웨어 그 자체로만 머무른다. 경제적 여건이 갖춰진 신약개발 연구자가 교육환경과 정주 요건이 다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슬롯사이트 볼트로 갈 만한 이유가 마땅하지 않다.
실제 일본 내 최근 구축 중인 그레이터 도쿄 바이오슬롯사이트 볼트(GTB) 취재 당시 일본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연구시설 은 연구시설일 뿐, 생활 환경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GTB 구 역 내 새로 건설 중인 곳은 연구시설은 물론 생활을 위한 아파트, 의료기관, 철도, 심지어는 국제학교 유치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는데, 결국 슬롯사이트 볼트가 하드웨어가 아닌 '인간 중심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의 힘은 결과적으로 슬롯사이트 볼트로 사람을 모아 슬롯사이트 볼트 내부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고베 슬롯사이트 볼트와 관련 "국가 차원에서 지원과 함께 시 차원의 지원까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임대료부터 세금, 인허가까지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져 기업들이 생태계를 꾸릴 만한 여유를 제공하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구자들은 네트워킹이 중요한데 이를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사례 가 한국에서는 많지 않다"며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시가 직접 제공해준 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