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집행정지, 결국 이번에도 당국-업체 행정소송 장기전
처분+개선 '두마리 토끼' 잡을 근본적 해결책 필요성도

한국신텍스파라오 슬롯의 '스텔스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의 속사정이 드러나고 보니 'GMP 적합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개선 필요성도 덩달아 커졌다.

예정대로였다면 신텍스파라오 슬롯은 올해 4월 두 번째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아야 했지만 식약처의 처분 개시일 전 발 빠르게 집행정지 신청을 하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조치를 면했다.

신텍스의 두 번에 걸친 집행정지 가처분으로 인해 식약처는 처분을 내리고도 집행을 하지 못한데 따라 'GMP 적합 취소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호연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장은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4월 진행된 한국신텍스파라오 슬롯의 GMP 적합판정 취소 과정 및 결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2022년 12월 11일 GMP 관련 기록을 반복적으로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해당 의약품의 GMP 적합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안'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한국휴텍스파라오 슬롯이 첫 대상으로, 회사 측은 현재 해당 처분을 두고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호연 과장
고호연 과장

고 과장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3년 11월 신텍스파라오 슬롯의 특별기획감시를 실시했고, 그 결과 정장제인 '온장환' 등 6개 품목에서 회사가 변경신고를 하지 않고 첨가제 등을 임의로 변경해 제조하거나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의 위법 사항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제조번호에서 동일한 제조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식약당국은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문 및 소명 과정 등을 거쳐 올해 4월 12일자로 신텍스의 GMP 적합판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날이 3월 26일.

신텍스파라오 슬롯은 행정처분이 진행되기 이전 본사 소재지 관할인 광주지방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4월 3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4월 30일까지 집행이 정지됐다. 식약처 입장에서 처분 개시일 이전에 이미 집행이 정지된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텍스파라오 슬롯은 처분이 끝나기 전 연장을 요청했고 4월 26일 광주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집행정지는 사건 판결 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바뀌었다. 식약당국은 이 결정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는 당국의 대법원 재항고로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현행법상 예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개적으로 이같은 내용이 바깥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고 과장의 설명이다. 현재 신텍스파라오 슬롯은 관할청인 광주지방청과 본안 소송을 진행 중으로 오는 7월 중순 첫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고호연 과장은 "결정일과 행정처분 개시일이 달랐다. 신텍스의 경우 행정처분 개시 이전에 형 집행정지가 떨어졌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며 "조치와 관련한 내용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체는 물론 위수탁사 등도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보건복지부만 해도 약가 인하 시점에 맞춰 고시를 했다가 소송 등의 이유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다시 전달한다. 이로 인한 혼란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지만 약가 인하와 관련한 정보를 용이하게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식약처의 처분 예고 역시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 않냐는 뜻이기도 하다.

식약처 측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어느 정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과장은 "집행 정지 공개의 경우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약제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 조치가 진행됐지만 예고는 다른 문제라는 점도 언급했다.

한국신텍스파라오 슬롯 GMP적합판정 취소 처분 관련 타임라인. 그래픽=이우진 기자
한국신텍스파라오 슬롯 GMP적합판정 취소 처분 관련 타임라인. 그래픽=이우진 기자

빈곳 찾아 처벌 피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업계 문제+실효성 개선 위한 방안은?

한국신텍스파라오 슬롯의 사례는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 지난 해 열렸던 식약처 전문기자단과 오유경 처장과 간담회에서 식약처 측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단순히 처벌의 목적만이 아닌 제조 환경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석연 서울식약청장(당시 의약품안전국장)은 한국휴텍스파라오 슬롯의 GMP 적합판정 취소와 관련 업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제조 관련 문제를 철저하게 관리할 발판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휴텍스파라오 슬롯 측도 GMP를 정비해 회사 측이 재작업에 복귀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GMP 적합판정 취소파라오 슬롯사는 현행 '약사법' 제28조의2 및 총리령 제48조의 2에 따라 적합판정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불가기한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인증 이후 생산이 바로 가능해진다.

처분 진행 이후 실제 개시가 이뤄지기 전 두 번이나 집행정지 가처분을 통해 처분을 막은데 따라 신텍스파라오 슬롯과 관련된 소식을 약업계에서 아는 이가 거의 없었던 상황이다. 신텍스 사안은 업계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 비공개도 가능하다는 예시를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집행정지 가처분 기간 중 제품 생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향후 소송 진행 상황에서 재인증을 받은 이후 업계가 재판을 유리하게 끌어갈 가능성도 있는 이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유사 사례가 계속 생길 가능성을 대비해 본질적인 문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규모와 별개로 현재 많은 회사가 제조 과정에서 임의 개입이 불가능하도록 데이터 무결성(DI) 체계를 도입하지 못했다.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많게는 수십억원 이상 들고, 관리자를 따로 추가하는 데만 수천만원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조 기록을 엑셀에 기입하는 등의 사례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만큼 '고무줄 제조 기록'의 위험성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식약당국도 제조 과정에서 임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회색 지대를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입법 과정도 필요한 만큼 업계 의견 청취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업계에 기준을 공개하고, 의도성과 비의도성을 구분하는 방안은 식약처 입장에서 쉽게 적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준을 '몇 개 제조 번호의 연속적인 의도적 임의제조' 등으로 한정할 경우 임의제조에 따른 경중을 식약당국이 확인하기도 어렵기도 하거니와 업체가 악의적으로 이를 피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당국의 GMP 적합판정 취소 대상에 몇 개 파라오 슬롯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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