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합법적 범위이지만…" 숨죽이는 지출보고서
알면서도 깜깜했던 관리 판촉영업자, 수면위로 올려
COVER STORY2025 대한민국 슬롯사이트시장이 바뀐다
[끝까지 HIT 12호]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대란 사태,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지출보고서 공개 등 보건의료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슬롯사이트바이오 기업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흔들고 있다.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통상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잡았던 슬롯사이트바이오 기업들의 사업계획이 움츠러들기 시작했다.<끝까지 HIT는 이 같은 정책 변화 중 상급종병 구조전환과 지출보고서 및 슬롯사이트신고제에 대해 정리하고 이에 따른 영향 관계를 전망해 본다.
① 상급종병 구조조정과 환자 이동
②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와 슬롯사이트신고제
③ [부록] 2025년부터 바뀌는 산업 정책들
덕지덕지 눌러 붙은 묵은 때는 시원하게 벗겨질 것인가. 투명화 등 유통질서와 관련한 2025년 슬롯사이트업계 이슈는 과거와 달리 그 양상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기간 의정갈등 속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영역이 개편을 앞둔 가운데 국민들에게 의약품공급자 등 지출보고서가 공개되고, 실체 없는 듯 활동했던 의약품 판촉영업자(CSO)들의 신고제까지 본격화 된다.
전국민에 공개되는 '지출보고서'
새해 슬롯사이트업계 영업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중요한 변수는 국민들에게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다.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는 의약품·의료기기 거래의 투명성과 자정능력을 높이기위해 슬롯사이트회사, 의료기기회사 및 유통업자 등이 의료인, 약사 등에게 제공한 법령상 허용된 경제적 이익 내역을 작성하고 보관하는 제도다.
지출보고서는 2018년 도입된 'K-선샤인액트'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인데, 해당 제도로 인해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가 각 슬롯사이트에 도입됐고 2023년 6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1만334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작성 및 일반 현황 등의 실태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2024년 3월 해당 지출보고서의 공개를 앞두고 비식별 조치 대상 정보 등을 포함한 공개 및 실태조사 운영 지침이 발표되면서 2023년 회계년도 기준으로 작성한 경제적이익 지출보고서를 12월 공개하기로 예정했다.
지출보고서 공개는 업계와 정부 간 공개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인 쟁점이다. 핵심은 의료인 명단 공개였다.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의 실명이 노출될 경우 의료인 간 분쟁 소지가 다분해 영업 환경의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여기에 각 회사가 의료인 명단을 공개할 경우 각 회사의 기밀인 영업 전략 유출 가능성도 지적됐다. 의료계 역시 개인정보 침해 문제 등을 우려했다. 합법적이라지만 공개가 되는 만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논의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시스템에 ‘합법적으로 제공 가능한 경제적 이익’이라는 사실을 첫 화면에 팝업 형식으로 공지하는 한편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등은 기관을 공개하되임상시험 지원에서 임상시험 책임자, 공동연구자 정보를 비식별 조치하기로 했다. 제품설명회와 시판 후 조사 등에서 의료인 성명도 비식별 대상으로 두기로 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의료기기 공급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요양기관(명칭, 요양기관 기호) 및 학술대회 지원 정보, 제품설명회 참여자의 지원금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출보고서 관리시스템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분명히 합법적 범위이지만…"
'괜한 소리' 나올까 숨죽인다
지출보고서의 공개를 두고 슬롯사이트업계는 일단 숨을 죽이고 있다. 공개 후 파급력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까닭에서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 공개를 앞두고 혹여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을 지 마지막 검수작업을 했다. 지난해 6월과 7월 제출했던 자료와 함께 하반기 내 누락된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특히 판촉영업자(CSO)의 내역까지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공개에 대비했다.
업계는 지출보고서 공개가 향후 위법 행위를 잡는 단서로 쓰이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회사 입장에서 합법적 행위만 기재했지만 특정 학회 참석 비중이 너무 높거나 특정 약물에 따른 지출보고서 내용은 언젠가 불법 리베이트 등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슬롯사이트 관계자는 "공개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개 내용을 토대로 당국이 어떻게 쓸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넌지시 우려를 전했다.
국세청이 2023년부터 국내 슬롯사이트들을 겨냥해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되는 데이터가 추후 조사를 위한 단서로 쓰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개를 통해 슬롯사이트의 행위들이 위법으로 보일까 하는 점이다. 앞서나온 대로 정부가 공개하는 자료는 합법의 범위 내에서만 기재된 것이지만 보는 사람은 전 국민이고, 다른 슬롯사이트에게는 경쟁 슬롯사이트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노출될 수 있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관련 내용의 언론 보도도 부정적 영향을 유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국내 또다른 중견슬롯사이트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은 경쟁사가 특정 약물을 영업하며 어떤 전략을 썼고 어떤 형태의 영업으로 시장을 잡았는지 알 수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은 해당 활동을 바탕으로 자기 회사가 원하는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누가 샘플을 어떻게 줬다더라, 설명회를 열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입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폐쇄적 태도를 견지한 회사들에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금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문제도 있다. 실제 일부 의료기관이나 유통업체의 경우 1개월 이내 1.8% 이하, 3개월 이내 0.6% 이하라는 할인 조건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양 측 기준이 달라지면 자연스레 위법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때문에 향후 공개될 지출보고서에 맞춰 각 업체들은 '증빙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작게는 행사 및 부스 사진, 광고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반품에 따른 비용 정산 문제까지 말 그대로 모든 걸 담아 놔야 있을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알면서도 깜깜했던 관리
판촉영업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슬롯사이트신고제는 하룻밤 새 등장한 이슈가 아닌 데도 업계의 영업 고민을 한층 고조시킨 제도다. 제도의 핵심은 간단하다. 슬롯사이트 영업을 하고 싶으면 신고를 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받으라는 것이다.
CSO신고제는 CSO가 슬롯사이트영업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몇 개 업체가 활동하는지 알지 못해 관리할 수 없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대략 10년간 CSO는 우리나라 영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195개 슬롯사이트 중 45%가 CSO를 이용했다는 응답이 나올 만큼 제약 영업에서 이들은 부인할 수 있는 실체적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유통질서 관리는 그동안 파악조차 어려운 CSO를 외면하고 그들을 활용하는 슬롯사이트에 맞춰져 온 것이 사실이다.
슬롯사이트와 CSO 사이의 '과도한 판매 수수료’가 불법 리베이트의 창구라는 지적이 무성해지자 정부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유통질서 확립 정책의 중요성이 커졌고, 사전 실체 파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21대 국회에서 김성주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2024년 10월 18일 본격 시행됐다. 11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슬롯사이트는 특수관계 보건의료인, 특수 관계의 의료기관 및 약국에 의약품 판촉영업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슬롯사이트신고제의 구체 내용은 ①의약품 판촉영업자 신고서 ②신고 기준 충족 여부를 증명하는 확인증 ③의약품 판촉영업자 신고 요건 점검표 ④최근 3개월 이내 발급된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에 해당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영업소 소재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위해 ①영업소의 소재지가 있어야 하며 ②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의약품 판촉영업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의약품 판매촉진 업무 위탁계약서 내용 역시 의약품 공급자가 의약품 판촉영업자에게 의약품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할 때 작성하는 위탁계약서 내 위탁 의약품의 명칭 및 품목별 수수료율을 포함한 판매 촉진업무의 위탁 내용, 위탁계약 기간, 수탁자의 준수사항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의약품 판촉영업자에게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 역시 ①의약품 판촉영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를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수입자 등 사업자의 의약품에 대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주최하는 제품설명회에 참석한 의사 등에게 제공하는 교통비 등 ②의약품 판촉영업자나 사업자가 개별 요양기관을 방문해 주최하는 제품설명회에서 제공할 수있는 식음료 기준을 세금 및 봉사료를 제외한 1일 10만원 이하로 규정했다.
우수수 쏟아져 나온 '1만5000곳'
큰 변화 없지만 스며들고 있다
신고제 이후 사업자로 등록된 1인 슬롯사이트를 비롯해 법인 등을 포함한 수는 1만5000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업계가 추정했던 업체 수보다 훨씬 많다. 교육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한 11월경 기록을 통해 추정한 숫자인데, 영업신고증 발급 이후 3개월 내 받아야 하는 교육임을 감안하면 영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사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 이후 슬롯사이트업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시작 직전 혼란 때와 달리 잠잠하고, 큰 변화 없이 안착되는 듯하다. 실제 국내 CSO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업수수료나 주요 제품 등의 수를 감안했을 때 신고제 전후 변화는 크지 않다.
한 CSO 업계 관계자는 '중점품목(슬롯사이트가 판매를 위해 영업수수료를 추가하는 품목을 가리킴)이나 인센티브 등에서 전반적 차이는 없다고 보여진다. 신고제 이후 특정 회사가 CSO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것 같다"며 "신고제라는 제도 안에서 움직일 뿐 아직까지 문제가 되는 조항은 없어 제도 시행에 따른 영업 측면에서 변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시작 전 슬롯사이트업계가 느꼈던 행정적 문제와 교육 등 불확실했던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슬롯사이트업계가 CSO신고제 당시 우려했던 내용들을모아보면 코프로모션 대상의 상호간 계약여부, 교육과정 및 시점, 신고과정과 그 절차 문제 등이었다. CSO가 우려했던 영업 환경 위축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과 재계약 과정에서 수수료 변동에 따른 제제 등 불이익이 현재 없다는 점도 한 몫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고제 이후 CSO가 제약업계 안으로 스며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도가 양성화되면 슬롯사이트들도 위법적 소지가 없는 거래를 하는 '면허증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점차 슬롯사이트들도 CSO 활용을 긍정적 관점에서 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약회사들은 자사 영업사원을 고용하는 경우 급여 및 교육비 등 고정비가 증가함에 따라 CSO를 많이 활용했는데, 신고제로 양성화되면 주사제 등 특정 제형, 항암제 등을 제외하고 경영개선 측면에서 CSO에게 영업 빗장을 더 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24년 3분기 나타난 '탈상급종병화'도 슬롯사이트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급종합병원 약제위원회(DC)를 통과해 처방코드를 받는다 해도 정부 정책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환자 수 감소 등이 다소 예정돼 있는 이상 중소병원 공략의 필요성이 커졌고 대안은 슬롯사이트 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회사는 '슬롯사이트 금지 품목'을해제하려 하고 있다. 마진이 높거나 자사 주요 품목으로 분류해 자사 영업사원만 판매하던 품목을 슬롯사이트에게 개방하려는 것이다. 쌍둥이약, 위임형 제네릭에 일부 종별 의료기관을 한정해 맡거나 개원가용 품목을 슬롯사이트에게 맡기는 적은 있었지만 제한 없이 슬롯사이트에게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한 슬롯사이트업계 관계자는 "특수제형과 자사 개발 신약 등은 자사 영업사원이, 구색 품목이나 수량으로 뿌려야 하는 저 마진 품목은 CSO로 이원화 하는 중견사가 일반적이지만 앞으로 CSO에게 판촉을 위탁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SO 업계도 규모의 경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 재위탁을 맡기는 슬롯사이트가 CSO를 모두 관리하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아무래도 믿을만한 큰 규모 CSO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허가권자 및 판매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또다른 제약회사나 CSO가 있을 때 최종적으로 누가 관리 책임을 지느냐 하는 쟁점이 불거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제일 말단에 있는 슬롯사이트 혹은 CSO가 기업 내 인원 변동이나 계약조건 변경을 '자사와 계약한 중간 회사’가 아니라 '가장 윗단의 제조사’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슬롯사이트↔1차 CSO↔2차 CSO 사이' 의 각 계약이라고 해도 2차 CSO의 위법사실이 생겼을 경우 슬롯사이트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지난해 11월 슬롯사이트들이 2차 이상 CSO에게 위탁계약서 내용을 다시금 확인하도록 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의약품의 재위탁 영업을 제한했다. 슬롯사이트가 직접 모든 CSO를 1:1로 관리할 수밖에 없어 종사자 수가 많고 체계가 잡혀 있는 업체를 판촉대행자로 설정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특히 '프리랜서'판촉대행이 불가능해진 점도 CSO 재편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CSO 신고제 이전 다수가 모여 있는 법인 형태, 영업사원 1인이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영업을 수행하는 형태, 슬롯사이트에 소속된 영업사원이 다른 사람 친지 등의 명의를 사용해 타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형태 등이 있었는데 마지막 유형은 CSO신고제 시행과 함께 금지됐다.
여전히 차명 등 방법으로 운영은 가능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상 같은 방법을 쓸 때는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슬롯사이트회사들도 위험을 감수하며 프리랜서형 CSO를 쓸 가능성은 없다. 자연히 문제소지가 적고, 규모가 큰 법인으로 옮겨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통질서는 서서히 나아지고 오랜 묵은 때도 벗겨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