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 주사제 '페린젝트' 웃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울고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슬롯기준 확대로 점유율 변화 예상
연말이면 언론들은한 해를 '10대 이슈''5대 이슈'로정리합니다. 약업계도10대 이슈로 정리 못할 이슈들이 넘칩니다.
히트뉴스는기자들이자기 분야에서 이야기하고 싶은'베스트'를 선정해 정리했습니다.
2024년 ㅇㅇㅇ기자의 베스트
① 이우진 기자의 약업계 소송전 베스트3
② 박성수 기자의 주요 기술이전 베스트5
③ 김민지 기자의 2024 제약바이오 채용 트렌드
④ 이현주 기자의 올해 약가정책 특이사항
⑤ 허현아 기자의 올해 국회의원·입법활동 베스트10
⑥ 남대열 기자의 주요 바이오텍 투자 유치 베스트5
⑦ 심예슬 기자의 올해 빅파마의 톱5 M&A
⑧황재선 기자의 OS 개선 입증, 허가 연결시킨 고형암 1차 치료요법 3가지
⑨ 방혜림 기자의 슬롯등재 놓고 희비 엇갈린 약제 3[끝]
올해도 제약업계의 슬롯 등재 도전은 계속됐다. 그 가운데 13년 만에 등재에 성공한 치료제가 있는 반면 3년을 넘기는 도전에도 아쉬운 결과로 1년을 마무리하게 된 제품도 있다. 연말을 맞이해 슬롯 등재 도전에서 희비가 엇갈린 치료제로는 무엇이 있을지 정리했다.
페린젝트·캄지오스
오랜 도전과 약가협상 연장 끝에 등재 성공
지난 5월 JW중외제약의 고용량 철분 주사제 '페린젝트(성분 카르복시말토오스)'가 13년, 네 번 도전만에 슬롯 적용됐다. 상한금액은 2㎖ 1만1558원, 10㎖5만7791원, 20㎖11만5582원이다.
페린젝트는 하루 최대 1000㎎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는 철분 주사제로, 지난 2010년 6월에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경구용 철분 제제의 복용이 어렵거나 효과가 적은 환자들에게 사용되며, 여러 차례 병원에 방문해 저용량의 철분주사를 맞아야 했던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4년과 2018년에도 페린젝트의 슬롯 등재에 도전했다. 하지만 약제슬롯평가위원회에서 슬롯 적정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2020년에는 약평위를 통과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이 결렬됐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계속되는 슬롯 적용 실패에 비슬롯 가격이 30만원을 초과하는데도 페린젝트의 매출은 2021년 171억원, 2022년 206억원, 2023년 221억원으로 매해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비슬롯임에도 페린젝트의 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임상 현장에서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심부전학회가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심부전 환자에 페린젝트 투여를 핵심 권고사항으로 지정하는 등 의료계에서도 페린젝트의 슬롯화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허가 13년 만에 지난 5월 페린젝트는 슬롯 등재에 성공했으며, 비슬롯 가격의 절반 가격으로 처방됐는데도 올해 3분기 기준 약 2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매출액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슬롯 등재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감이 감소함에 따라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MS의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 치료제 '캄지오스(성분 마바캄텐)'는 건보공단과 약가협상 연장 끝에 이번 달 슬롯 목록에 등재됐다. 상한금액은 캡슐당 6만1619원이다.
지난 6월 약제슬롯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 판정을 받은 후 곧바로 7월 약평위 재도전으로 슬롯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건보공단과 대상 환자 수에 관한 이견으로 60일 이내에 약가협상에 실패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진행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에서 oHCM 환자가 비슬롯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발표하는 등 환자들의 슬롯화 요구는 계속됐다.
이에 회사와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을 연장했고, 마침내 이달 1일 자로 슬롯 등재됐다. 연간 1인당 투약 비용은 2249만원이고, 환자들은 225만원의 본인부담금으로 캄지오스를 쓸 수 있다.
키트루다·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국회 지적에도 해 넘기는 슬롯 확대 도전
이번 달 마지막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끝으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17개 적응증 슬롯 적용·확대 도전이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17년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치료에 슬롯가 적용됐으며, 2022년 5년 만에 1차 치료로 슬롯 기준을 확대한 바 있어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관심을 모았다.
MSD는 지난해 6월부터 삼중음성유방암, 두경부암 등 13개 적응증의 기준 확대에 도전하고 있고, 작년 말과 지난 2월부터 MSI-H 담도암, 위암 등 4개 적응증의 슬롯 적용을 노리고 있다.
지난 10월 키트루다의 슬롯 확대를 요청하는 청원이 등장했고 올해 국정감사 서면질의에서도 키트루다 슬롯 확대 필요성이 언급됐다. 회사 측에서도 재정분담안 보완자료를 제출했지만,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키트루다의 슬롯 도전은 햇수로 3년을 넘긴다. 여기에 슬롯 신청된 적응증이 많아 향후 허가받는 적응증의 슬롯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회사 측의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내년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 간 교체투여슬롯 기준 확대와 치료제의 약가인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1월 교체투여에 관한 재정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근거 부족을 이유로 교체투여 슬롯 적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환자들은 3개월간 1차 치료제를 투여하고,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23 이상이라는 기준을 맞춰야 치료제 교체가 가능했다.
이같은 슬롯기준으로 인해 환자들 사이에서 기존 약을 중단하고, 아토피를 악화시켜야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이들은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슬롯기준 확대를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6개 치료제가 있지만 처음 선택한 1개 약제만 쓸 수 있어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됐다. 이에 보건당국은 슬롯 기준을 검토 완료하고 재정영향 분석에 들어갔지만, 올해 약평위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국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애브비 '린버크(성분 유파다시티닙)' △릴리 '올루미언트(성분 바리시티닙)' 등 JAK억제제와 △사노피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 △레오파마 '아트랄자(성분 트랄로키누맙)' 등 생물학적제제가 있다.
사실상 듀피젠트가 아토피피부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슬롯 기준이 확대된다면 치료제 점유율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