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슬롯사이트 '증발'은 무엇을 남기나 ①
내년 공급 중단 두고, 국내 제약사간 스위칭·수수료 싸움 돌입
대웅 "공동판매 계약해지 시점 논의 중"… 슬롯사이트 대체품 많아
매출 500억원대당뇨병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슬롯사이트'의 국내 철수가 기정사실이된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 간아귀다툼도시작됐다. 오리지널코프로모션을 맡은 회사부터 제네릭을 판매하는 곳까지 자사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영업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자연히'정상 공급'을 이야기하는 회사와 유통업계·약국가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내년 상반기부터 슬롯사이트(성분다파글리플로진)의 국내 공급을 중단할 계획인 가운데, 해당 제품의 빈자리를 노리는'회사들의 레이스'가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약 51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슬롯사이트인 만큼 이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얻기 위한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처방 변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사례가 일단 '소문내기'다. 영업대행조직(CSO)의 활용도가 높은 A사의 경우 슬롯사이트의 철수 소식을 병·의원에 메신저 등으로 알리며, 해당 품목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또다른 국내 중견사 B사, C사 등도 동일하게 보인다.
품목 생산 단가로 떨어지고 있었던 CSO 영업 수수료 역시 올라가고 있는 추이다. B사 등을 비롯해 D사, E사 등은 기존 자사 단일제 및 복합제의 수수료를 각각 5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복합제의 경우 생산 단가와 수급 문제로 20~30% 선에 다다랐던 회사가 말그대로 총력전을 벌이며 처방을 끌어올리는데는 슬롯사이트의 철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같은 영업 대결은 현재 제품을 자사 생산하는 곳에서 강하게 보인다. 자사 생산이 그나마 생산 단가와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인데 슬롯사이트 제네릭의 상당수가 이른바 공동생동 '1+3(제조소 한 곳당 자사 품목 1개+위수탁품목 3개)'의 적용을 받지 않았을 때 허가받은 품목이기 때문에 결국 자사 생산이 500억원 처방 파이 경쟁에서 더욱 역할을 차지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특히 흥미롭게 볼 대목은 현재 제품을 코프로모션하고 있는 대웅제약 역시 이번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유통업계와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슬롯사이트의 수요를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같은 기전의 약제 '엔블로(성분 이나보글리플로진)'로 변경하도록 하는 영업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의료진 사이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경우에는 관계사인 대웅바이오에서 생산한 '슬롯사이트 제네릭'으로 처방을 변경토록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웅바이오 역시 자체 생산을 진행 중인 회사 중 하나다.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슬롯사이트가 당뇨병 치료제 부문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의약사용 의약품 온라인 전자상거래몰 'HMP몰' 기준 슬롯사이트의 재고는 여유롭지 않다. 슬롯사이트는 당뇨병 치료제 중 오리지널 약품인 만큼 처방이 많은 편에 속하는데, 재고 확보가 어려워 비상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의 물량은 문제 없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슬롯사이트 공동 판매 계약 해지 시점에 관해서는 현재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슬롯사이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미 해당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공급 여부와별개로 제약사들의 아귀다툼은 더욱 가속화돼 오히려 슬롯사이트가 판매에 영향을 받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슬롯사이트를 대체할 품목이 너무 많은데 다가 높은 수수료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 (영업 대상으로) 선택될 확률이 높지 않느냐"며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다고는 해도 어차피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구할 수도, (허가 자진 취소로) 쓸 수도 없는 약인 만큼 회사들의 경쟁이 강해지면 강해졌지, 하루 이틀 사이에 쉽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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